P a r t 1 무작정 예쁘거나 감각적인 이미지는 아닌데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는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와 좋다, 좋아”라는 생각으로 아카이브해온 사진들이 알고보니 한 분의 작업이었어요. 바로 Sol studio를 운영중인 권 솔작가님의 사진인데요. 인터뷰를 위해 연락을 했을때에도 작가님 특유의 사물을 진지하게 다루시면서도 무언가 명료한 느낌이 사진이 뿜어내는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At my fingertip과의 작업을 위해 소통했을때에도 흔쾌히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고 말해주셨던 솔 작가님과의 작업으로 말 그대로 재미있는 사진으로 완성되었는데요. 많은 브랜드들이 함께 작업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현재 스페인에서 한 달간의 베케이션을 보내고 계신 솔 작가님과의 이야기에요! SOL studio At My Fingertip- Posy Bag Photography : SOL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솔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권솔입니다. 솔스튜디오는 보통 패션 뷰티 베이스의 브랜드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사진촬영 및 비주얼 디렉팅을 하는 스튜디오이고 지금은 혼자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부때 의류학과 심리학을 복수전공하고 패션 쪽으로 첫 입사를 했어요. 근데 패션 산업 자체가 워낙 유행이 빠르고 사람들도 뭐랄까 지침이 있고 해서 이게 내 길이 맞나 싶어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해봤어요. 그런데 경험해보니 F&B 마케팅이나, 미술관 홍보팀 등 이런 마케팅 베이스의 직업군들의 일들이 전반적으로 생각보다 크게 다르지 않은거에요. 그러다 패션업계로 다시 돌아와서 MD업무를 했어요. 나중에 브랜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 당시) 지금 그냥 작은 브랜드를 들어가서 하나부터 열까지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보자 해서 브랜드 회사에 들어갔어요. 그때 그 브랜드를 지원해서 들어가고 싶었던 이유가 그곳이 디자인적으로는 되게 괜찮았는데 뭔가 비주얼적으로 풀어내지 못하는 느낌인 거예요. 한 1년 정도 지나니까 작은 브랜드는 성과가 큰 회사보다는 잘 보이잖아요. 그동안 이미지로 쌓아놓은 브랜딩이 이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매출도 많이 뛰었고, 마케팅을 하면서 외부 분들과 자주 만나게 되는데, 뭔가 브랜드에 대한 뉘앙스가 달라지는 걸 느꼈어요. 이런 시각적인 것이 어떻게 브랜드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몸소 겪고 나서, 앞으로 이런 일을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사진도 너무 좋아하는 거고. Q. 디자인도 하고 md도 하고 홍보도 하고 마케팅도 하셨는데 사진을 되게 잘 찍으시는게 신기해요. 원래 이렇게 계속 사진 찍는 게 취미이셨나요? 일단 카메라 자체를 잡은지는 한 10년정도 됐어요. 그때는 그게 단순히 취미여서 여행 다닐 때나 어디 나갈 때 주로 찍었어요. 그러다 자연물 찍는 것을 너무 좋아하게 되어서 그 작업으로 전시를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그냥 아카이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어요. 자연물에 선을 발견하는 그런 작업들-solitude of line-이었는데, 지인 중 하우스 무씨 대표님이 왜 이 작업물을 혼자서만 보고 있느냐고 하신 적이 있어요. 저도 그 전에는 ‘이걸 누가 좋아하겠어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라는 생각이었는데, 어느 순간 진짜 이대로 그냥 아카이빙만 하다가 끝나면 나중에 좀 후회를 할 것 같더라구요. 결과는 어차피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고 반반인 거니까. 그때 전시를 한 이후로 내 사진을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게 좀 편해지기 시작했어요. 그전에는 그냥 혼자 보고 혼자 만족했는데, 전시를 해보니 사진 하나를 두고도 다양한 관점이 있더라고요. 이게 경험을 안 하면 모르는 그런 거구나 이렇게 생각했죠. Q. 그럼 독립의 계기가 그때였나요? 그때 들어갔던 브랜드에서도 사진을 찍는 일이 병행되면서 계속 카메라를 안 놓게 되는 상황이 지속된 것 같아요. 그렇게 되니 이왕 하는 것 좀 잘 찍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 퇴사할 때는 솔직히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정도면 어느정도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보면 진짜 멋도 모르고 (웃음) 초반에는 전 직장 브랜드가 가진 무드에 익숙해져 있었으니까 다른 브랜드들과 작업하면 생각보다 다른 스타일의 작업을 원하실 때가 있었어요. 저는 이런 느낌의 사진이 좋은데 이분들은 좀 더 상업적인 느낌을 원한다거나 하는. 그리고 제가 포트폴리오가 많이 안 쌓여져 있었을 때라 저한테 의뢰를 하시는 분들도 제가 어떤 사진을 찍는지 100% 파악이 안 된 상태여서 커뮤니케이션이 좀 어려웠어요. 그래서 초반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진을 찍어야 되는지를 많이 고민했어요. 왜냐면 어쨌든 이게 생계와 연관이 되니까. 근데 이미 그런 사진을 잘 찍는 분들이 너무 많은 거에요. 내가 굳이 후발대로 쫓아가서 한다고 한들 직업적으로 보람이 없을 것 같고, 내가 정말로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진들은 이런 것들인데.. 이걸 유지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일단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밀고 가되, 이걸 웰메이드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생각했어요. Q.굉장히 잘해내고 계신것 같아요. 그 이유가 뭘까요? 저도 제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는데 무언가를 좋아할 때 최대한 이게 내적 동기인지 외적 동기인지를 파악하려고 해요. 이게 내가 진짜 좋아서 좋은 건지 아니면 사람들이 좋다고 해서 좋은 건지 아니면 지금의 유행을 따라서 좋아하는 건지 그런 것들을 구분하다 보니까 ‘진짜 내가 이래서 좋아’라고 이유를 갖고 좋아하는 것들이 발견되면 그걸 계속 파고들었어요. 하다못해 레퍼런스를 찾을 때도 보통 유행하는 레퍼런스를 찾는데, 그것도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라 좋기는 하지만 그걸 나열 했을 때 그 요소요소들이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것 같아요. 저도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 때문이다 딱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어쨌든 내가 갖고 있는, 좋아하는 요소들이 늘 같은 모양이 아니고 변형은 되지만 이유를 가지고 쫓아갈 수 있어서 이러한 것들이 균일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요소가 없이 외형만 보고 사람들이 팔로업 하게 되면, 알맹이가 없다는 느낌으로 다가오고. 그렇다보니 뭔가 일관적이지 못하다고 느끼게 되는것 같아요. Q. 브랜드들과 협업할때 주안점이 있을까요? 사진에서 신경쓰는 건 브랜드가 아무리 특징이 없다거나 대중적이긴 해도 다 특징이 있거든요. 그걸 디렉터분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알아도 설명을 하기가 어렵죠. 그걸 제일 중점적으로 보는 것 같애요. 이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랑 다른 점은 뭔지, 이 브랜드에서 보여줘야하는게 뭔지를 제일 많이 신경 쓰고, 그걸 가지고 사진 보정이나 조명을 쓸 때 고민하는 편이고.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생각했던 것이 웬만하면 대부분의 사진을 몇몇 소수의 포토그래퍼 분들이 찍거든요. 뭔가 비슷비슷하게 보이는게 좀 별로인 것 같아서 생태계의 특성상 다양성을 좀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제가 작업하는 것들이 극단적으로 다르진 않겠죠. 근데 최대한 브랜드의 피드백을 많이 듣고 브랜드에서 원하는걸 팔로업하면서도, 얘기를 하진 않아도 제 생각에 이 브랜드에서 추가 됐으면 좋겠다는 느낌들을 더 넣는 편이고. 비주얼 디렉팅같은 경우에도 트렌드가 같이 흘러가기도 하고 사람마다 하고 싶어하는 주안점이 다 비슷비슷하거든요.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유나 이 상품을 전개하는 이유가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근데 디렉터분들은 다 다르거든요. 환경도 다르고 말투도 다르고. 그거를 집중해서 보면서 저 분이 이 단어를 왜 꺼냈을까 이걸 생각해요. 디렉터분과 얘기를 하다보면 ‘이분은 어떤 삶을 살았기 때문에 이런 결론이 내려져서 지금 이걸 하고 싶어하는데 그럼 이걸 하고싶을 수도 있겠다’ 최대한 이런 생각을 하고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이 분이 좋아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과 겹칠 수는 있지만 이 자체를 좋아하는 건 이 사람 한 명이니까 그걸 보고 최대한 그 점을 녹이려고 하죠. Q. 이야기를 하다보니 브랜드 자체에 관심 많으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부분이 작업에 반영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요즘은 뭔가 그냥 유행하는 것을 만드는 느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자신이 만드는 것에 책임감이 있으면 유행을 막연하게 따라가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브랜드를 하고 싶은 이유는 제가 굉장히 개인주의자이긴 한데, 이상적으로는 사람들이 다 각자 알아서 행복한 삶을 살면 그냥 나한테만 집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좀 더 수월해질 텐데 이런 생각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럼 내가 신경을 안 써도 될 만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직업 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사람들한테 좀 더 좋은 선택지를 줄 수 있는 것이면 제일 좋겠다. 그래서 그게 브랜드였거든요. 사람들에게 좋은 선택지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게 브랜드 차원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 브랜드에서 일을 하면서 하고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지금은 살짝 바뀐 게 사진으로도 그런게 가능하지 않을까, 굳이 실물적인, 상업적인 프로덕이 아니어도 사람들한테 그런 새로움을 환기시킬 수 있는 것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지금 들기는 해요. 그렇다고 브랜드를 하기 싫어 졌다기 보단 정말로 이 시점에서 사람들한테 이게 필요할 것 같다 이런 게 지금은 딱히 없기도 하고, 제가 생각했을 때 이미 세상엔 많은 게 있고, 거기에 내가 뭔가 예쁜 쓰레기 하나 더 얹는게 아닐까 생각도 해요. 그런데 사진이나 비주얼적인 것들은 뭔가 더 훨씬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브랜드들과 작업을 하면 그 브랜드의 성향이 나오니까 작업마다 다르고, 저도 실물의 무언가가 있는 것보다는 사진으로 그런 것을 제공하는 것이 좀 더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고 해야 되나. 그래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브랜드에 대한 생각, 그런 지점들 때문에 사진이 좀 달라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 이 사진이 예뻤으면 좋겠다, 그냥 내가 이 사진이 예쁘다 라기보다는 저는 이 사진이 분명 사람들한테 새로운 관점이나 스타일을 제시 할거다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편이에요. 저는 제가 찍는 사진들이 스스로 좋다고 여겨질 때 두 가지를 계속 생각 하거든요. 이게 진짜 (대중이 아니라) 나만 좋아하는 사진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아직은 모르지만 알게 되면 누구나 좋아할 사진일지. 후자처럼 사람들이 아직 몰라서 좋아하지 못하는 거다 라는 생각이 들면 저는 계속 푸시를 하거든요. 그 방향으로. 그렇다 보니까 사람들이 좀 더 신선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덕분에 계속 제 스타일을 좀 더 추구를 할 수 있게 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는 걸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왜냐하면 초반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다른 분들이 제 사진을 보면 뭔가 스스로가 재밌어서 찍은 느낌이 난다는 그런 피드백을 많이 들었거든요. (상업적으로 이렇게 예쁘게 보여지는 거랑은 좀 다르네요.) ‘그냥 네가 이거 되게 재밌어하면서 찍은 것 같아’ 이런 말을 듣고 저는 그 말 자체가 놀라웠다기 보단 그게 사진에서 느껴진다는 사실 자체가 되게 놀라웠어요. 저는 단지 재밌으니까 재밌었던 건데 그게 사진에서도 다 보이는 것을 느끼면서, 그럼 그게 보여지지 않는 순간이 오는 게 너무 싫은 거예요. 그러면 일단은 1차적으로 이 사진을 찍는 행위가 재밌어야 되고 내가 좋아서 찍는 사진이어야 되겠다라는 결론에 도달을 한 건 거죠. - 2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