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터뷰이로 앳마이핑거팁의 촬영을 함께한 혜진님을 소개합니다. 처음 앳마이핑거팁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전문 모델이 아니어도 포지백의 곡선적인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단아하면서도 매력적인 페이스를 찾았는데요.혜진님은 사실 특유의 에너제틱한 바이브로 바라만 보아도 웃음이 나는 꽃처럼 함께하는 사람에게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분이었어요. 이후 아주 작은 플라워 작업으로 두번째 세미촬영을 했을 때는 정성껏 꽃을 다루는 모습과 그 손을 통해 나오는 아름다운 결과물들을 보니 그녀의 손끝에서 만들어온 시간들이 궁금해졌습니다. Q. 혜진님과 촬영하면서 캐릭터가 밝고 열정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근데 그 이면에 다양한 경험을 해보셨더라고요. 사진엔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요. 저는 관광학을 전공했어요. 여행을 통해 생경한 풍경을 만나는 걸 좋아했거든요. 졸업 후 두 달 동안 서유럽에 다녀왔는데요.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관광이나 맛있는 음식보다 제 시선이 머물렀던 것은 이상하게도 잘 가꾸어 놓은 정원과 같은 품종이여도 나라마다 전혀 다른 모양과 컬러를 가진 꽃과 식물들이었어요. 같은 유럽인데도 식물의 아름다움이 각기 다르더라구요.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동시에 꽃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정말 말 그대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시간을 보냈어요. 제가 하고싶은 일에 정말 매우 열정적인 스타일이라는 걸 그때 알았어요.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싶어 플로리스트 석사과정에 지원했어요. 꽃을 향한 첫 시작을 생각하면 아직도 설레고 기분이 좋아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꽃으로 할 수 있는 분야들은 거의 다 경험해본거 같아요. 웨딩, 전시, 스타일링, 조경, 심지어 꽃 도매시장에서까지 밤낮 안가리고 일해봤어요. 꽃과 식물을 매개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일이다보니 간혹 브랜드 모델을 하게되는 행운도 있었답니다. Q. 혜진님의 꽃에 대한 열정이 드러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혜진님이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이 있나요? “제가 사랑하는 자연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함과 동시에자연물을 매개로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싶어요.” 처음엔 디자인적으로 접근했던 꽃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와 영향을 주며 치유의 개념까지 이어가는 것이 점점 중요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작업을 할 때 계절에 알맞는 꽃과 소재를 찾는 것처럼 제철 식재료에도 관심이 많아요. 꽃과 소재를 직접 알아보고 내 손으로 작업했던 경험들이 나중엔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에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졸업 이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석사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어요. 산림치유에 대한 연구였는데요. 숲(자연)에서 자연물을 가지고 활동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치유의 효과와 다른 나라들의 사례들을 연구하는 일이었어요.이 때 꽃으로 디자인하는 것의 범주를 넘어 대자연 속에서 자연물을 재료삼아 사람들과 소통할수도, 치유할 수도 있다는 걸 배우면서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영향을 주는 것이 저에게 중요한 가치가 되었어요. Q. 가치관을 나누어 줄 수 있나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도전하는 용기와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삶"인 것 같아요. 저의 삶이 이런 그림으로 그려질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유럽여행 이후 크고 작은 도전들을 통해 주어진 일들에 감사하며 열심을 다해 살았더니 감사하게도 기회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와준 것 같아요.클로드 모네의 전시를 보다가 아래 문장이 문득 제 삶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I gradually opened my eyes,understood the nature, and loved it.나는 서서히 눈을 떴고,자연을 이해하게 되는 한편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깨달았다.”-클로드 모네- 해야만 하는 일들로 조급할때도 있었지만, 특별히 꽃과 식물로부터 자연을 바라볼 수 있었고 그것을 매개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소통과 치유를 꿈꿔요. Q. 음식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건강한 라이프에서 혜진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행하는 것은? 디자인할 때 그 계절에만 나오는 특별한 꽃과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즐겨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제철 식재료로 건강한 음식들을 해먹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요.채소도 손질 방법에 따라 맛과 영양이 달라질 수 있는데요. 양상추나 상추는 칼을 사용하면 금속이온과 결합하여 자른 면이 갈변하고 맛도 떨어지기 때문에 겉부분부터 1장씩 떼어 손으로 먹기 좋게 찢어 준비하구요. 꽃과 식물마다 다루는 방법이 다르듯 식재료도 마찬가지로 특성과 영양성분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더 건강한 식탁을 차릴 수 있어요.일정한 시간에 햇빛을 받으며 하는 조깅과 요가나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는것도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영감을얻기위해 하는 일이 있나요? 혹은 영감을 주는 사람이 있나요? 일상에서 다양하고 경계없이 많은 작가분들의 작업을 보려고 노력해요. 대학원 원우회 전시도 매번 챙겨서 보구요. 간단하게는 핀터레스트나, 인스타로 여러 작가 분들의 작품들을 보며 영감을 받아요. 코로나19 이전에는 해외작가들의 워크샵도 참여하곤 했는데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네요.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연을 가까이하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Q. 나이가 들어서 하고 싶은일이 있다면? 혹은 앞으로의 계획 작은 정원이 있는 아뜰리에를 운영하고 싶어요. 계절마다 다른 꽃과 식물, 나무들에서 소재를 얻고 제철 식재료도 심어 수확하구요, 직접 흙을 만지며 제 손으로 취할 수 있는 소재들을 가지고 디자인도 하고, 자연물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들을 나누고 싶어요. IG: @hyye_jin